신약이 개발될 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작용기전', 즉 약물이 우리 몸 안에서 어떤 경로로 작용해 병을 치료하는가에 대한 원리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의 기전을 따르는 약물뿐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기전을 가진 ‘최초 기전(First-in-Class)’ 약물들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이 글에서는 기존 기전 약물과 최초 기전 약물이 어떻게 다르며, 각각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사례를 통해 알기 쉽게 비교해보겠습니다.
1. 기존 기전 약물의 특징과 장점
기존 기전 약물은 이미 검증된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안정성과 효과 면에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 치료제인 ACE 억제제 계열은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대표적인 기존 기전 약물입니다. 작용 방식이 명확하고 임상 경험도 풍부하기 때문에 부작용이나 치료 반응에 대한 정보가 많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고, 의료진도 복용 후의 반응을 잘 예측할 수 있어 처방에 대한 부담이 적습니다. 또한 약가도 비교적 낮은 편이기 때문에 장기 복용 시 경제적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약사 입장에서도 기존 기전을 변형하거나 개량하는 방식으로 신약을 개발하면 개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기존 기전 약물은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내성이 생길 수 있으며, 새로운 환자군을 위한 치료 옵션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2. 최초 기전 약물의 차별성과 가능성
최초 기전 약물은 기존에 없던 전혀 새로운 생물학적 경로나 타깃을 통해 작용하는 약물입니다. 예를 들어 2025년에 FDA 승인을 받은 우울증 치료제 'NeuroBalance'는 기존 항우울제가 조절하던 세로토닌이 아닌, 뇌 속 염증 경로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해 기존 약물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 치료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또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 ‘ImmuneTune’은 면역세포 조절에 작용하여 면역계 전체의 균형을 맞추는 기전을 가진 최초 약물로, 기존 약의 부작용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했습니다. 이런 약물들은 질환의 새로운 원인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던 환자에게도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습니다. 또한 특허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어, 제약사로서는 장기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최초 기전은 전례가 없기 때문에 임상시험 단계에서 예측하지 못한 문제나 장기적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승인 이후에도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한 과제입니다.
3. 실제 비교 사례를 통한 이해
실제 사례를 통해 두 기전의 차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고지혈증 치료 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사용된 ‘스타틴’ 계열 약물이 대표적인 기존 기전 약물입니다. 간에서 콜레스테롤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며, 장기적인 임상 데이터를 통해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어 있습니다. 반면 최근에는 'PCSK9 억제제'라는 새로운 기전을 가진 약물이 등장했는데, 이 약물은 간에서 LDL 콜레스테롤 수용체를 보호해 혈중 LDL 수치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기전을 갖고 있어 스타틴보다 강력한 효과를 보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예는 암 치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기존 항암제는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공격하는 기전이지만, 최초 기전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이처럼 기존 기전은 안정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 반면, 최초 기전은 새로운 치료 영역을 개척하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두 기전 모두 의료 현장에서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하며 함께 활용될 수 있습니다.
기존 기전 약물과 최초 기전 약물은 각각의 장점과 역할이 뚜렷합니다. 기존 기전은 안전성과 예측 가능성, 비용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고, 최초 기전은 새로운 치료 타깃을 개척하고 난치병 환자에게 희망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 옵션을 선택하고, 의료진이 기전의 차이를 이해한 상태에서 약물을 처방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기전의 약물이 개발되면서 치료 패러다임은 계속 확장될 것이며, 그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환자와 전문가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